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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을 결심하고 집을 알아볼 때 내게 가장 중요한 세 가지가 있었다. 복층, 신축, 그리고 공원. 운이 좋게도 회사와 멀지 않은 곳에 적당한 집을 찾았고, 커다란 창으로 넘어올 따스한 볕을 상상하며 망설임 없이 계약했다. 살다 보니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커다란 창 귀퉁이에 공원 풍경이 걸려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아침마다 365페이지로 엮인 계절의 책장을 한 장씩 넘긴다. 가장 좋아하는 챕터는 ‘가을’이다. 볕이 좋기 때문이다. 옛 속담에 "봄볕에는 며느리를 내보내고, 가을볕에는 딸을 내보낸다”는 말이 있다. 며느리가 들으면 서운할 속담인데, 실제로 가을엔 공기에 수증기가 많아 햇볕은 반사되고, 다른 계절보다 자외선 지수가 덜해 야외 활동에 좋다. 넓은 창 덕분에 가을볕을 마음껏 쬘 수 있음에 감사하며, 집에 있는 날에는 그 어떤 계절보다 적극적으로 창 가까운 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은행과 단풍이 천천히 물드는 것을 보고 있으면, 갈색 옷을 예쁘게 입은 밤이 생각난다. 간식으로 좋은 삶은 밤, 달콤한 마롱 라테, 보늬 밤 같은 것. 29CM를 서핑하다 우연히 알게 된 ‘메이플 마롱 코디얼’은 가을 음료를 집에서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코디얼(Cordial)’은 액체를 혼합하기 전, 원료가 되는 식자재에 설탕을 넣어 숙성시킨 농축액을 말한다. 과일 코디얼은 여름 음료나, 칵테일을 만들 때 자주 쓰인다. ‘메이플 마롱 코디얼’은 처음 보는데, 한 병에 가을 맛이 고스란히 농축되어 있다. 따뜻하게 데운 우유 한 컵에 코디얼 두 스푼을 넣으면 카페에서 마시는 마롱 라테가 완성된다. 창문을 열어 가라앉은 공기를 내보내고 살짝 차가운 가을 공기를 들이며, 두 손으로 잔을 들고 마롱 라테를 마시는 아침. 가장 좋아하는 가을의 한 장면이다. 
이어서 사과를 깎고 바움쿠헨을 꺼낸다. 카스텔라와 파운드케이크 그 중간쯤 되는 식감을 가진 독일 전통 케이크다. 우유, 특히 마롱 라테와 궁합이 훌륭하다. 바움쿠헨은 굵은 막대에 반죽을 여러 켜로 바르며 굽는다. 단면을 자르면 나오는 나이테 같은 결은, 겹겹이 쌓인 정성의 흔적이다. ‘나무 케이크’라고 불리는 별명마저 가을다워 이맘때쯤 되면 꼭 생각난다. 있는 그대로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는 클래식 버전도 좋고, 쌉쌀한 맛이 좋은 말차 맛도 추천하고 싶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소하고 따뜻한 장면을 포착하는 포토그래퍼, 신선혜의 사진집 <SOMEWHERE>를 펼쳐 마음에도 가을볕을 쬔다. 조금씩 다른 빛의 양과 온도가 느껴지는 사진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때가 있다. 아마도 그 시간 그대로 기록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아닐까. 이 아름다운 아침 풍경은 ‘가을’ 챕터의 한 페이지에 기록한다. 네 계절이 지나 다시 가을이 다시 찾아오면 오늘의 레시피를 꺼내야지. 
윤진
<Achim> 편집장
매일 아침, 몸과 마음을 채우는 시간
당신의 아침을 든든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줄 맛있는 아침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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