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을 결심하고 집을 알아볼 때 내게 가장 중요한 세 가지가 있었다. 복층, 신축, 그리고 공원. 운이 좋게도 회사와 멀지 않은 곳에 적당한 집을 찾았고, 커다란 창으로 넘어올 따스한 볕을 상상하며 망설임 없이 계약했다. 살다 보니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커다란 창 귀퉁이에 공원 풍경이 걸려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아침마다 365페이지로 엮인 계절의 책장을 한 장씩 넘긴다. 가장 좋아하는 챕터는 ‘가을’이다. 볕이 좋기 때문이다. 옛 속담에 "봄볕에는 며느리를 내보내고, 가을볕에는 딸을 내보낸다”는 말이 있다. 며느리가 들으면 서운할 속담인데, 실제로 가을엔 공기에 수증기가 많아 햇볕은 반사되고, 다른 계절보다 자외선 지수가 덜해 야외 활동에 좋다. 넓은 창 덕분에 가을볕을 마음껏 쬘 수 있음에 감사하며, 집에 있는 날에는 그 어떤 계절보다 적극적으로 창 가까운 곳에서 시간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