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도영이가 소개하는 올겨울 스타일링
아티드

습관적 거짓말에 
무너진 신뢰

탭1

새로운 옷을 입은 벽돌, 벽돌의 어제와 오늘

정부 주도의 주택보급이 활성화되던 1970년대에서 1990년대는 ‘벽돌의 시대’였다. 그러나 이후 구조와 건축 재료의 발달로 벽돌은 저렴한 저층 건축 재료로 낙인찍혔다. 최근 개성 넘치는 새로운 옷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벽돌의 매력과 미래를 가늠해보자.

<i>대학로에선 샘터 사옥을 비롯해 벽돌 건물을 흔하게 볼 수 있다.</i>

일제강점기 근대건축이 들어오면서 우리 생활에 벽돌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시 신재료였던 벽돌은 ‘근대성’의 상징이었다. 광복 후 전란으로 폐허가 된 서울을 신속하게 복구하는 데에도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로 벽돌만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1970년대 이후 소규모 주택을 공급하는 ‘집장사’들이 만드는 ‘불란서 2층 양옥집’이 유행했을 때에도, 대부분이 붉은 벽돌집이었다. 이후에 ‘집’ 하면 자연스레 ‘붉은 벽돌집’을 떠올릴 정도로 많은 벽돌집이 지어졌다.&nbsp;<div><br></div><div>한편 대한민국의 산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 정착하게 되는데,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남산, 인왕산, 낙산, 관악산 주위의 산동네에 좁고 비탈진 골목길을 만들면서 많은 무허가촌이 형성되었다. ‘달동네’라는 별칭을 얻은 이러한 주거지는 창신동, 금호동, 이태원, 난곡동, 홍제동 등 서울의 여러 곳에 형성되었다. 규모가 큰 시공 장비가 진입할 수 없는 좁고 비탈진 길과 저렴한 공사 인건비 등의 이유로 달동네의 집들에도 역시 벽돌이 널리 쓰이게 되었다.</div><div><br></div><div>1970년대에 건축가 김수근은 벽돌 건축의 전성기를 열었다. 1972년 전벽돌로 원서동의 공간 사옥을 지으면서 ‘공간시대’를 열었다. 또한 1977년 대학로에 건축가 박길룡이 설계한 문예진흥원 본관(구 서울대학교 본관, 현 예술가의 집)과 재료의 맥락을 같이하며, 문예회관의 전시장과 공연장(현 아르코 미술관과 예술극장), 샘터 사옥, 해외개발공사 사옥 등을 연달아 벽돌로 축조하였다. 그는 “건축은 빛과 벽돌이 짓는 시”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이러한 벽돌건축의 이미지는 대학로의 문화 공간 성격을 구축하였으며 흥사단, 바탕골소극장, 두손갤러리, 동성고등학교 등으로 이어져나갔고, 청바지와 통기타로 대변되는 문화의 요람이 되었다. 김기석의 우리마당 연작은 홍익대학교 앞의 낭만적인 기운을 벽돌로 표현하였으며 지금은 철거된 극동방송국 역시 벽돌로 건축되었다. 이후 공간 출신의 많은 건축가들이 벽돌건축을 실현하였고,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이 소개되는 1980년대 말까지 벽돌은 한국의 건축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재료로 자리 잡았다.</div><div><br></div><div>1980~90년대 이후 아파트 시장의 활황으로 대형 건설업자들이 콘크리트로 아파트를 수없이 짓고 있을 때, 소규모 주택 시장의 집장사들은 공동주택에 ‘빌라’라는 이름을 붙이고 콘크리트 내력벽 위에 화강석을 건식으로 붙인 저품질 주택을 양산했고, 자연스레 대중은 붉은 벽돌집이 싸구려 집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기술의 발달과 재료의 다양화 역시 벽돌을 멀어지게 만든 원인 중 하나다. 어떤 건축가들은 물성을 드러내는 재료로써 노출콘크리트를 진지하게 탐구하기 시작했으며, 어떤 건축가들은 건물의 ‘스킨’이라 하여 건물 외벽을 금속 패널로 치장하는 데 몰두하기도 했다. 이 사이에 벽돌건축은 점차 건축가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져갔다.</div>

<i>서울의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벽돌집.</i>

최근엔 구조재가 아닌 치장재로 새롭게 각광받기 시작하며 다양한 색깔과 독특한 쌓기 방식으로 건물의 외벽에서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크게 두 가지 이유인데 첫째로, 건축 기술의 발달로 건물의 힘을 받는 구조체로부터 독립해 외장재로 자유로워졌으며 둘째로, 벽돌을 활용한 다양한 쌓기 방법이 개발되고 철물의 개발로 높이 쌓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고층 건물의 외부를 벽돌로 장식하여 얻어지는 시각적 독특함이 눈길을 끌 수 있게 되었다.&nbsp;<div><br></div><div>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스럽고 친숙한 이미지와 느낌이다. 벽돌은 흙을 구워서 만든다. 그리고 천연 재료라는 이미지와 더불어 가지런한 줄눈은 안정감을 준다. 게다가 한국처럼 다습하며 기온 변화가 심한 곳에선 건축 재료의 오염이 빈번한 편인데 벽돌은 다른 건축 재료에 비해 변형이나 오염에 대한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벽돌 외벽을 선호하는 이유다.</div><div><br></div><div>2000년대 후반에 벽돌은 다시 건축가들의 조명을 받게 되었다. 황두진건축사사무소 황두진이 벽돌의 다공성에 대하여 다양한 실험을 하고, 원오원아키텍스건축사사무소 최욱은 벽돌이 갖는 수공예적인 가치를 재발견하면서 벽돌이 다시 건축가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매스스터디스 조민석은 픽셀하우스(2004)를 통해 벽돌이 가지는 디지털적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하였으며, 이태원의 르 베이지(2013)는 벽돌 하나하나를 디지털적으로 가공하여, 미래적인 느낌의 벽돌벽을 선보였다. 그 외에 와이즈건축의 장영철, 전숙희는 ABC 사옥(2013)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2012) 등에서 다공질의 벽돌벽을 건식으로 쌓는 방법을 선보였고, 조호건축사사무소의 이정훈은 벽돌과 돌을 벽돌 크기 정도로 가공해 함께 혼합하여 쓰거나, 쌓기 방법을 달리하여 다른 개성을 지닌 벽돌건축을 선보이고 있다.</div>

<b>건축재료처방전 GARM</b><div>순 우리말로 '재료'를 뜻하는 '감(GARM)'은 건축과 공간을 만드는 가장 작은 단위인 재료에 관한 정보를 통해 우리 주변의 집과 건축 그리고 도시를 색다른 시선으로 돌아보는 단행본 시리즈입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