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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다
: 건축가 이정훈

벽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다<div>: 건축가 이정훈</div>

조호건축사사무소의 이정훈은 벽돌의 물성과 조적 방법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틀어쌓기와 자르기를 통해 개성이 강한 건물을 디자인한다. 커브하우스는 쌓기 방법을, 타임스태킹은 반복을, 스케일링 하우스는 다양한 크기로 자르는 것에 관심을 두고 실험했다. 그에게 벽돌의 매력과 미래에 대해 물었다.

크로싱브릭스(2015)는 다양한 쌓기 방법을 실험한 작업이다. ⓒ남궁선

Q. 감씨(이하 감): 완공 프로젝트 중 벽돌을 활용한 작업이 많다. 벽돌을 주로 사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벽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이정훈(이하 이): 커빙하우스, 타임스태킹, 스케일링하우스, 크로싱브릭스와 최근의 상업시설까지 총 다섯 개의 프로젝트를 벽돌로 진행했다. 벽돌의 매력은 픽셀의 조합으로 형태를 만든다는 점이다. 콘크리트처럼 무거운 질감이 아닌, 덩어리를 구축한 후 해체해 각각의 픽셀을 조합하여 다시 덩어리로 재구축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노출콘크리트가 한 획씩 긋는 수묵화의 느낌이라면 벽돌은 개별 유닛을 조합하여 만드는 점묘화 같다. 벽돌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덩어리감을 구축하는 방식이 기존의 돌, 시멘트 등의 재료보다 정교해야 하지만, 그것이 완벽한 구축이 아닌 수정이 가능하다는 점 또한 매력이다.&nbsp;

Q. 감: 조적에 대한 관심이 많은 듯하다.

A. 이: 조적은 하나의 스킨 즉, 표피이면서도 기본적으로 구조체로 건축의 본질을 내포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 일일이 하나씩 쌓아가는 과정이 매력적이다. 우리 사무소는 그래픽 작업 위주의 복합적인 패턴을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도면이 많고 복잡한데 정교하게 그리더라도 도면대로 시공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못한다. 건축 재료로 벽돌을 주로 사용하는 스위스의 경우, 디자인 과정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시공은 로봇으로 진행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시공이 시공자의 역할이다. 틀어쌓고, 비켜쌓는 등 복잡한 건축가의 생각을 시공자가 확신 없이 시공할 수 없다. 그만큼 생산성이 떨어진다. 로봇은 감정 없이 입력된 데이터대로 시공한다면, 한국은 사람의 손을 일일이 거쳐야 하고, 현장에서도 건축가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이렇듯 벽돌은 수공예적 가치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재료다. 최근 벽돌제조 공정을 보면 해외 기술을 도입한 최첨단 기계장비를 사용하는데, 정작 시공은 수공예로 해야 하는 역설이 있다.

커빙하우스(2012)는 두 종류의 쌓기 방법을 반복해 곡선 형태의 입면의 질감을 살렸다(오른쪽).<div>스케일링하우스(2013)는 현무암벽돌과 일반 벽돌을 각도를 달리해 쌓은 실험적인 주택이다. ⓒ남궁선</div>

Q. 감: 벽돌은 단순해 보이지만 최근 여러 크기와 색 그리고 질감의 벽돌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벽돌의 물성 중 주로 어떤 부분을 보고 선택하며 관심을 두고 있나?

A. 이: 상품평이나 후기 등을 통해 압축강도, 함수율, 색감 등을 고려한다. 또한 크기나 디자인을 바꿔 새롭게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을 항상 구상한다. 수작업으로 독특한 형태의 주형틀을 만들어 새로운 형태의 벽돌을 제작하려고 계획 중이다. 벽돌을 각각 다른 크기로 재단해 양각과 음각으로 쌓아 독창적인 형태를 만드는 조적 방법에도 관심이 있다. 벽돌이 직사각형이라는 생각 역시 고정관념이다. 사각형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보면 빛에 대한 정의가 관념적으로 구축되는데 빛과 벽돌 사이의 관계성을 생각할 수 있다. 다른 형태에서 드러나는 빛의 모습은 어떤지 궁금함이 생긴다. 이처럼 벽돌은 적층을 통해 새로운 형상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재료다.&nbsp;

Q. 감: 조적 방식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은 무엇인가?

A. 이: 그동안 진행했던 작업들을 통해 벽돌 조적을 위한 철물 개발도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단가다. 해결을 위해서 구축적인 속성에 대한 연구를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조 성능, 브라켓 등 모든 부분에 대한 시험 성능이 필요하다. 이런 시스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충분히 특허감이다. 벽돌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벽돌과 구조계량, 철물, 철골 재료로 인해 공사비가 상승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힌다. 조적을 살리면서 고층화에 성공한 몇몇 건축가의 건물은 좋은 시도다. 그러나 그리 만만한 작업은 아니다. 쌓기에 대한 고민보다는 일종의 유행처럼 되어가는 시도들은 지양해야 한다.

건축가의 상상력과 시공자의 정성이 모여 축조된 벽돌 건축물은 그 누구든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반대 쪽에서는 지진을 비롯한 충격에 취약하다는 견해와 낡고 촌스러운 소재라는 인식이 있다.

타임스태킹하우스(2014)는 기존의 벽돌과 새로운 벽돌의 반복을 실험했다. ⓒ남궁선

Q. 감: 한국은 벽돌의 종류가 제한적이고 업체들도 영세하다.

A. 이: 스위스 건축가 피터 줌토르가 설계한 독일의 콜룸바 미술관의 경우, 건축가의 역량과 기존의 유적이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며 엄청난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이 지닌 충분한 기술력이 얼마든지 있지만 기성품을 가져다 쓰는 수준이다. 업체에서는 새로 제작하기 위한 수량이 최소 6만 장 정도가 되어야 하지만, 이는 일반 주택 공사 수준에서는 불가능한 양이다. 시공 과정에서도 크기를 변경하거나 질감, 색상 등 그간의 작업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수분을 머금고 내뿜는 특성을 가진 벽돌은 방수 재료가 아니기에 건물 내외 방수에 대한 기술이 별도로 필요하고, 패시브(passive, 단열과 기밀 성능을 높여 수동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개념) 주택이라면 방수는 물론 단열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된다. 디자인이 단순해지는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벽돌은 충분히 매력 있는 재료이면서 동시에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재료다.

Q. 감: 벽돌은 보통 지진에 취약하다고 하는데 안전과 관련하여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가?

A. 이: 질문 그대로 벽돌은 지진에 취약하다.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 벽돌 건물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 그 증거다. 현실적인 문제를 인정하고 보강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좋다. 사실 지진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는 없다. 완벽한 내진 성능이라도 구조는 완벽할 수 있으나 외벽은 파손되기 마련이다. 획기적인 대안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벽돌을 쌓을 때 사용하는 철골 등을 규격화하여 구조적인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벽돌의 타공 부분에 철골을 세우는 등의 행해지지 않았던 시도와 함께 많은 연구와 테스트도 필요할 것이다.

Q. 감: 벽돌은 유리나 콘크리트 또는 스틸에 비해 낡은 재료라는 인식이 있다. 벽돌이 새로운 재료로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을까?

A. 이: 취향, 트렌드에 맞춰 벽돌제조 업체부터 변화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이 커져야 하며 뛰어난 건축가들이 특정 재료를 많이 사용해야 한다. 볼멘소리만 해서는 결코 성장할 수 없다. 건축가들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벽돌제조 시장은 영세 업체가 많아 투자 여력이 없다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특별한 건축가나 독창적인 디자이너 등과 같이 누군가가 이슈를 만들어내도 그것이 2차적인 무언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시장의 생태계가 순환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구태의연한 방법으로는 벽돌제조 시장에 전혀 비전이 없을 것이다. 새로운 시도가 없는 건축가들의 태도도 문제다.

이정훈(조호건축사사무소 대표)은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와 철학과를 졸업하였고, 프랑스에서 건축 재료 및 이론을 공부하였다. 파리건축학교를 최우수로 졸업하였고 이후 반 시게루, 자하 하디드 사무소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감각적인 재료 사용과 파격적인 건축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건축가로, 2013년 미국의 저명한 건축잡지 「Architectural Record」에서 차세대 건축을 선도할 10대 건축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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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다 : 건축가 이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