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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로 벽돌의
특성을 극대화하다
: 건축가 조성익

대비로 벽돌의 특성을 극대화하다<div>: 건축가 조성익</div>

TRU 건축사사무소의 조성익은 광주다락집(2014), 능동하늘집(2015), 0914 플래그십 스토어(2016), 운중동 라일락 옥상집(2016) 등의 작업을 통해 다양한 크기의 이형벽돌과 서로 다른 색의 벽돌을 병치해 은은하면서도 때론 강렬한 벽돌의 대비를 만들어낸다. 그는 점묘화를 그리듯이 벽돌로 하나의 덩어리감을 만들어 조형으로 표현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광주다락집(2015)은 줄눈을 벽돌 밖으로 드러냄으로써 벽돌에 음영을 주기보다는 자체의 덩어리감을 강조하였다. ⓒTRU

감씨(이하 감): 주택 작업을 주로 했다. 몇 가지 벽돌 작업이 눈에 띈다.

조성익(이하 조): 최근 작업한 운중동 라일락 옥상집은 붉은벽돌 과 콘크리트벽돌 두 개의 색으로 사용했다. 건물의 하부와 내부로 들어가는 공간은 붉은벽돌을, 건물의 외부와 상부는 콘크리트벽돌을 사용했다. 또한 능동하늘집은 벽돌로 힘을 준 작업으로 하부의 근린생활시설과 상부의 주택을 대조시켜 보여줬다. 특히 주택의 상부는 붉은벽돌을 사용했는데 세로 줄눈을 없애고 가로 패턴을 굵게 해 마치 줄무늬가 쌓여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전라남도 광주에 있는 다락집은 내민 줄눈을 변형했다. 보통 벽돌을 인식하는 것은 벽돌과 벽돌 사이에 들어간 줄눈의 그림자이다. 그러나 다락집에서는 역으로 줄눈을 밖으로 뽑아내 뭉개서 벽돌과 줄눈이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게 했다. 상업 건물로는 강남 도산로에 있는 0914 플래그십 스토어(이하 0914)가 있다. 0914의 외장은 조적 방식이 아닌 벽돌에 구멍을 뚫어 달아매는 기법을 사용했다. 대리석의 매끈한 질감과 벽돌의 질감을 대비해 벽돌의 따뜻함을 돋보이게 했다. 벽돌의 색깔, 위치, 줄눈을 대비해 벽돌의 질감을 극대화한 것이 포인트이다.

감: 벽돌이 가진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조: 크게 기능과 미(美)다. 기능 면에선 주택에 사용되는 벽돌은 외단열재가 된다는 점에서 뛰어난 재료다. 외피와 내부 골조 사이에는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벽돌을 조적했을 때에는 스스로 서 있는 힘이 있어 공기층이 있는 외투를 입는 것과 마찬가지이기에 단열에 유리하다. 그리고 다른 재료는 시공자의 능력에 의해 품질이 좌우되지만 벽돌은 로우테크엔지니어(low technology engineer)로 시공자의 역량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조형의 측면에서 작은 줄눈으로 덩어리감을 표현하는 데 관심이 많다. 도자기류로 조형의 일체화를 추구하기보다 줄눈에 대한 실험을 통해 덩어리감을 만든다. 다락집과 같이 줄눈을 크게 만들어 줄눈과 벽돌 표면의 비율을 5대 5로 하면 재료의 주인공을 바꿀 수 있다. 이렇게 벽돌은 그 자체의 덩어리가 충분히 작기 때문에 돌 같이 개별의 조합으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하나의 거대한 면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벽돌은 우리에게 매력적이다.

능동하늘집(2015)은 주택의 상부에 세로 줄눈을 없애고 가로 줄눈을 굵게 해 벽돌을 쌓음으로써 줄무늬가 쌓여 있는 듯 보이도록 하였다. ⓒTRU

감: 벽돌의 물성 중 주로 어떤 부분을 보고 선택하고 관심을 두나?

조: ‘줌 인과 줌 아웃’을 생각한다. 조적은 벽돌의 물성으로 생기는데, 점묘화처럼 줌 인과 줌 아웃으로 구별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다락집은 패턴이 아닌 덩어리로 보이게 하기 위해 벽돌색과 유사한 모르타르를 사용했다. 줌 아웃을 했을 땐 회벽을 바른 흰 벽처럼 보였다가 줌 인을 하면 이형벽돌이 보이며 기존의 비례감을 깨뜨린다. 지난 여름 이탈리아에서 로만벽돌을 봤는데 모르타르와 벽돌의 비율이 6대 4이다 보니 덩어리감이 강했다. 조적된 벽돌의 표면을 평면화하고 그림자를 없애면 느낌이 달라진다. 우린 이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고, 벽돌같은 재료를 볼 때에 조형적 목표가 뚜렷했다.

0914 플래그십 스토어 시공 과정으로 벽돌에 중공을 내어 달아매는 건축공법을 사용했다. ⓒTRU · 박영채

최근 벽돌은 활동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과거에는 구조재에 머물렀다면 건축기술의 발전과 구조재의 다양화로 벽돌은 치장재로써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벽돌에 중공을 낸 뒤 끼우는 방식도 그중 하나다. ‘벽돌은 쌓는 것’이라는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난 것이다. 벽돌은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까?

감: 한국에서 주로 제작되는 벽돌에 아쉬움은 없나?

조: 벽돌의 팔레트를 늘려 색깔을 다양하게 만들고 여러 색의 조합을 시도하고 싶다. 벽돌을 다양하게 만들고 실험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막상 업체를 조사하다 보면 어렵다. 새로운 벽돌을 만들려면 가마를 한 번 돌릴 만한 대량의 물량을 주문해야 한다. 몇몇 건축가들은 이에 대한 갈증을 시멘트블록으로 해소하기도 한다. 건축가가 원하는 벽돌의 색이 우리나라의 흙으로는 한계가 있기도 하다. 또한 최근 영롱쌓기나 들여쌓기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젠 식상하다. 나는 덩어리처럼 보이도록 벽돌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런 방식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 외에 쌓기 실험에 관심은 많지만 요즘은 그에 대한 차별화가 되지 않아 시도하지 않는다.&nbsp;

감: 벽돌이 새로운 재료로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을까?

조: 먼저 벽돌은 치장재 이후로 또 다른 제2의 전성기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데, 그 외에 블록의 시대도 올 것으로 예상한다. 블록은 레고를 쌓듯 조립한다는 느낌이 강한데 벽돌보다 크기가 커지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해질 것이다. 예전에 토마건축의 민규암 소장이 생각 속의 집 등 블록을 통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회색 블록의 느낌은 마치 침묵하는 듯 보인다. 치장재로 사용된 벽돌은 스스로 서 있지 못하지만 철근을 넣으면 설 수 있듯이 다른 대안 또한 있을 것이라고 본다. 벽돌을 내부에 적극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벽돌을 내장에 쓸 때는 재료의 장점이 단점이 된다. 내부에 벽돌을 사용할 때는 쌓기와 구조재의 기능이 아닌 치장재로써 공간에서 차지하는 면적을 줄이기 위해 얇게 잘라 사용한다. 하지만 벽돌과 얇게 켠 벽돌의 중간쯤에 다른 대안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다. 스스로 약 2m까지 설 수 있는 프리스탠딩의 능력을 지닌 벽돌은 가능성이 많을 것이라고 본다. 그 외에 벽돌의 표면으로부터 떨어지는 부스럼이나 먼지를 해결한다면 실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텐데, 이는 유약을 어떻게 바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조성익(TRU 건축사사무소 대표,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은 서울대학교와 예일대학교 대학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뉴욕 SOM 설계사무소에서 초고층 타워 및 오피스 건물의 디자이너로 근무하였다. 2010년 TRU 건축사사무소를 개소, 건축의 창의적 기획 및 실행에 관한 실무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건축설계를 통해 발견한 아이디어를 확장하여 건물이 모여 만드는 도시 경관에 관한 연구를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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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로 벽돌의 특성을 극대화하다 : 건축가 조성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