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도영이가 소개하는 올겨울 스타일링
아티드

습관적 거짓말에 
무너진 신뢰

아는동네

탭1

소돌항

<div>나만 간직하고픈 보석상자</div>

소돌항과 아들바위공원이 있는 ‘소돌 정류장’에 하차했다. 작은 개울을 따라서 바다 쪽으로 천천히 걸으면 작고 아담한 소돌항이 나온다. 소돌항은 오징어, 문어, 가자미, 광어 등을 잡는 작은 어선이 모여드는 항구다. 항 옆으로는 작은 규모의 활어판매장이 있다. 배가 있는 사람만 장사할 수 있는 곳이라 국내산, 수입산을 따질 필요가 없다.&nbsp;

영화 엄마, 종래 엄마, 기화 엄마, 명진이네, 재민이네…… 마을에 들어선 것인지 활어판매장에 온 건지 헷갈릴 만큼 가게마다 하나같이 자식 이름을 내걸었다. 아마 서로 “OO엄마~”라며 편하게 부르던 호칭에서 시작했겠지. 자기 이름을 내거는 것보다, 혹은 웅장한 꿈을 담고 있는 이름보다 자식의 이름을 내걸고 장사를 하는 이들의 마음은 과연 어떤 것일까? 내 자식에게 먹이는 것처럼 좋은 음식을, 자식 이름에 먹칠하지 않도록 정직하게 팔겠다는 다짐일지도 모른다.&nbsp;

힘이 좋은 문어가 저울 위로 올라가고, 이내 살짝 데쳐진 뒤 숭숭 썰어져 손님상 위로 나간다. 문어가 많으니 귀한 문어가 가득 든 문어 라면을 팔기도 하고 비록 찬은 화려하지 않지만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회만으로도 배를 채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문어 라면은 잊을 수 없는 여행의 맛이다.

식사를 마치고 해안 산책로를 따라 아들바위로 향한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 작은 항구에 이렇게나 잘 정비된 해안 산책로가 있다니 놀라웠다.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걸을 수 있는 데크가 바다 전망대까지 이어진다.&nbsp;

거칠게 용솟음친 하얀 파도가 그대로 굳어 바위가 된듯한 아들바위는 죽도 바위라고도 불린다. 일억오천만 년 전 지각변동으로 인해 솟아오른 뒤 오랜 시간 파도에 깎이고 바람에 다듬어졌다. 일억오천만 년 동안 한 자리에 있었지만, 옆으로 누운 소처럼 생겼다 해서 소돌바위,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줘서 소원바위, 코끼리처럼 생겨서 코끼리바위, 아들을 낳게 해준다고 해서 아들바위 등 불리는 이름도 다양하다.&nbsp;

바위가 솟으면서 흐름을 가둔 바다는 물감통에 파란 물을 풀어 놓은 듯하다. 아들바위 입구에는 배호의 노래 ‘파도’의 가사가 적힌 노래비가 있다. 무슨 노래인지는 모르지만, 시처럼 운율이 느껴진다.&nbsp;

"파도는 영원한데 그런 사랑을 맺을 수도 있으련만 밀리는 파도처럼 내 사랑은 부서지고 물거품만 맴을 도네"

해안 산책로는 주문진해변과 소돌항을 잇는다. 주문진해변은 동해이지만 수심이 얕은 모래밭이 700여 미터가량 펼쳐져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여행객이 방문하기 좋다. 바다 앞 솔숲에서 캠핑하기에도 좋아 여름에는 이 작은 항구가 북적북적해진다. 소돌항에서 횟감을 사서 해안 산책로에서 산책한 이후 주문진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기며 먹어볼 수도 있겠다.&nbsp;

피서철이 아니라도 수심이 얕은 주문진해변은 하얀 모래가 빛을 반사하여 짙은 푸름이 아닌 맑은 하늘빛을 연출한다. 소박하면서도 웅장하고, 조용하면서도 정이 가는 바다. 나만 알고 싶은 바다를 뒤로한 채 다시 천천히 걸어 버스정류장으로 돌아가 322번 버스를 우두커니 기다린다.

<b>매거진. 아는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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