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신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작가이자 드라마 각본가인 이슬아입니다. 산문이라는 장르 안에서 시 빼고 거의 다 쓰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수필, 소설, 칼럼, 인터뷰, 서평, 서간문 그리고 작사까지… 최근에는 2022년에 썼던 소설 <가녀장의 시대>의 드라마화를 준비하며 각본 쓰는 일에 가장 열중하고 있습니다.
줄곧 써 왔던 책과 비교하여, 드라마 각본을 쓴다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요?
가장 다르게 느끼는 부분은, 긴 분량을 감당할 체력이에요. 책 쓰기는 저에게 비교적 익숙한 호흡이거든요. 책 한 권에 대략 300쪽의 글을 쓴다고 가정했을 때 기존의 체력으로도 소화할 수 있었어요. 드라마는 한 화에 약 35~45페이지의 각본을 총 열두 번을 써야 완성인데요. 열두 번만 쓰면 다행이지만, 한 화를 수십 번씩 고쳐야 해요.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제작사와 의견을 조율하며 수십 페이지를 버리고 다시 쓰는 일이 허다하죠. 매주 엄청 많은 글을 써야 하는 지구력, 숱하게 버려지는 원고를 보고도 덤덤하게 견디는 끈기가 책 쓰기보다 훨씬 많이 요구돼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가녀장의 시대>를 읽어보니 슬아님의 유년시절은 어땠는지 궁금해졌어요.
<가녀장의 시대>는 '딸이 집안을 통치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전제로 쓴 가족 소설이에요. 실제로 저는 할아버지가 이끄는 대가족 속에서 자랐어요. 어려서부터 많은 어른과 아이들 속 다양한 관계성을 보고 겪었는데, 그래서 가족들 사이의 복잡미묘한 감정선과 권력의 지형을 포착하는 것이 익숙했어요. 저에겐 한 살 터울의 남동생 이찬희(밴드 '차세대' 리더)가 있고, 찬희와 함께 만화를 보면서 유년 시절을 보냈던 기억도 나요. 둘 다 소년 만화 속 캐릭터들을 참 좋아했어요. 제각기 다른 모양의 상처를 품었지만 어쨌거나 씩씩하고 낙관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이요.
그때 즐겨 보던 만화 속 캐릭터들이 지금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걸까요?
꼭 소년 만화가 아니더라도 재미있는 여러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이 수련을 반복하잖아요. 잘하고 싶은 일 앞에서 반복은 당연히 수행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됐던 것 같아요. 규칙적인 삶의 실용성은 점점 더 여실히 체감했고요. 작가가 정신적인 노동처럼 보여지는 직업이지만 제게는 정말이지 육체노동처럼 느껴지거든요. 장시간 앉아 있는 일이 근력과 체력 없이는 무척 고통스러워서요. 매일의 운동은 일상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죠. 이전에 연재했던 <일간 이슬아>도 그런 루틴 속에서 유지된 작업이고요.
소리를 켜고 감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