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더 깊이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이 머무는 진정한 취향이 묻어 있는 공간에 가보세요.
29홈터뷰는 공간과 사람,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Artist and Designer | @by.kimran
서울시 강남구
넓은 하늘을 배경으로 따스한 햇살을 그대로 받아내는 이곳은 김란 작가의 집입니다. 작가의 다채로운 그림과 아이 4명의 사랑스러운 웃음소리를 담아내는, 도화지와도 같은 그녀의 집을 홈터뷰에서 소개할게요.
넓게 트인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에 마음까지 차분해지는 거실. 꼭 필요한 물건으로만 채운 거실은 아이들 4명과 충분한 시간을 함께하기 좋은 공간이에요.
안녕하세요 김란입니다. 저는 자연에서 느껴지는 풍요로운 감정과 일상의 다정한 순간에서 받은 영감을 회화와 드로잉, 조각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Q. 집이 이름이 있어요. “연이재” 라는 이름이의 이 집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이곳은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살았던 곳이에요. 예전에는 하얀 대문, 붉은 벽돌에 피어난 담쟁이, 아름다운 정원이 있던 단독주택이었어요. 그런데 집이 40년 정도 되니, 고치고 살 게 많아져 새로 집을 짓기로 결심했죠. 부모님이 주신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 이름을 연이재라고 짓게 되었어요.
Q. 넓게 트인 창문, 아이 4명 집이 맞나 싶을 정도로 깨끗한 화이트 톤의 벽도 인상적이에요.
집을 새롭게 디자인할 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자연스럽게 아름다울 수 있는, 단정하고 편안한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갤러리처럼 하얀 벽면이 주를 이루게 한 건 다양한 그림으로 곳곳을 채우고 창밖 풍경도 하나의 그림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에요. 사계절의 변화를 그대로 느끼고, 내가 존경하는 디자이너의 가구로 공간을 채워가며 ‘보면 볼수록 즐거운 마음’이 드는 집으로 만들어가는 중이에요.
거실과 맞닿아 있는 주방은 가족끼리 함께 밥을 먹으며 대화하길 좋아하는 김란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공간이에요. 가족과의 화목함, 그 중심엔 주방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Q. 거실과 경계 없이 좌우로 넓게 트인 주방,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아요.
가족끼리 밥 먹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해요. 긴 아일랜드는 크고 시원한 창이 맞닿아 있어, 한옥의 검은 기와와 산의 풍경을 보며 일을 할 수도 있고 창문 밖 계절과 날씨에 따라 음식 메뉴를 정하기도 하죠. 각자의 공간에서 문을 열면 거실과 주방으로 이어져요.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다가도, 언제든 함께 할 수 있는 동선을 생각했어요. 이 공간 안에서 피어나는 이야기의 꽃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Q. 깔끔하게 보일 수 있도록 선반에도 문이 설치되어 있네요. 그 속은 보물창고 일 것 같아요.
직접 그릇을 만들기도 하는데 아이들이 4명이라 아이 손이 잘 안 닿는 맨 위쪽은 작은 작품이 들어 있고,
자주 사용하는 팬트리에는 양념과 보관 가능한 식품을 넣어두었어요. 나머지 장에는 쿡 웨어랑 다른 그릇을 보관하죠. 물건을 선택할 때 꼭 필요한지, 아름답고 실용적인지 두 가지가 굉장히 중요한 기준인데 주방의 아이템도 마찬가지예요.
학교가 끝나고 아이들이 집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한층 더 활기차지는 이곳. 에너지 넘치는 남자아이 두 명의 방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잘 정돈되어 있는, 그들만의 규칙이 있는 방이에요.
Q. 아이들과는 보통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아들 넷을 키운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도 규칙을 잘 만들어 놓으면 함께 사는 게 즐거워요. 무엇보다 좋은 습관을 만들어 주려 노력해요. 스스로 하는 일들이 가족 구성원으로서 중요한 역할들임을 알 수 있게 격려하고요. 요즘은 첫째인 준이, 둘째인 솔이가 포켓몬스터를 좋아해서 그 중심으로 책, 카드놀이, 역할놀이, 포켓몬고 게임 등을 하며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내요. 주말에는 저랑 그림을 그리거나, 서울대공원에 가고요. 쌍둥이 동생들은 아직 형들 구경하기에 바빠요.
준이, 솔이는 같은 방을 쓰지만, 공동 물품과 각자의 사물함이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개고, 책을 읽고 나면 꽂아두고, 가끔 주말에 각자의 사물함을 저와 함께 정리해요. 사용하고 나면 제자리에 두기, 집에 오면 가방 정리하기, 먹고 나면 그릇 정리하기 등 어릴 적부터 꾸준히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고 있어요.
작가만의 온전한 취향이 반영된 작업실. 마치 유럽의 어느 공간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이곳은 그녀의 영감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아이템으로 꾸며져 있어요.
Q. 작업실을 꾸미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서향, 높은 천고, 조명이에요. 직사광선에 약한 회화 작업 때문에 서쪽 방향으로 작업실을 설계했고 개인적으로 확 트인 공간을 좋아해서 작업실 천고를 매우 높게 했어요.
Q. 어린 아이들이 함께하는 집에서 작업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작가로서 집은 저에게 ‘영감의 원천’이에요. 일상을 살뜰히 보내다 보면 그 안에는 즐거움이 있고, 사색과 창조의 순간을 맞이하기도 하죠. 제 작업 노트에 ‘매일같이 마주하는 지리멸렬한 일상으로부터 경이로운 순간을 발견하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 삶이 주는 선하고 아름다운 면을 바라보며 누군가는 위안을, 누군가는 행복을 느끼면 좋겠다’는 문구가 있어요. 지금 내가 살아가는 순간을 어떤 빛깔로 이야기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합니다.
Q. 작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 해주세요.
‘사랑의 모양(The Shape of Love)’이라는 제목의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엄마가 되면서 느낀 희로애락을 이야기로 풀어낸 작업인데요. 아마 이번 쌍둥이 육아를 거치고 나면 조금 더 단단하게 이야기가 완성될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어요. 아마 1-2년 정도 시간이 흐르면, 회화 전시와 책의 출간을 함께하게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