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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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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큐레이터
<좋은 공간을 널리 이롭게> 인스타그램 운영
삶을 담는 상자 공간. 우리는 공간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그렇기에 공간을 아는 만큼 행복이 선명해질 거예요.
하나의 물건이 삶을 풍요롭게 해줍니다. 물론, 공간도 그러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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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hu의 <사물을 담는 상자, 공간>
서아시아 유목민들은 천막을 치고 살았다. 천막의 바닥은 사막 모래 위 잡석을 깔고 그 위에는 ‘카펫’을 깔았다. 양모로 만든 이 카펫은 두껍고 따듯하다. 그들은 아마도 일교차가 60도가 넘는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카펫이 꼭 필요했을 것이다. 하루 일교차가 크지 않다고 카펫이 필요 없을까?

년으로 봤을 땐 한국의 연교차는 40도가 훌쩍 넘는다. 그 와중에 병마가 아직도 기승을 부려 쉬이 밖에 나가지 못하는 요즘이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져만 간다. 지나온 병마의 겨울은 보일러 값이 만만찮게 나왔던 기억이 난다. 매일같이 집에서 박혀 가만히 있으니 몸이 추워 종일 보일러를 켜 두곤 했다. 그래도 종일 켜 둘 수 없으니 동트는 새벽에 맞춰 꺼두긴 했는데, 역시나 한국의 겨울은 무시하면 안 된다. 1~2시간 사이 아침 해에 눈을 뜨면 그사이 찬 공기가 방을 가득 메운다. 그래도 하루를 시작해야지 하며 딛는 발은 얼음장 같은 바닥에 정신이 번쩍 들곤 했다. 작은 방이라 카펫은 필요 없겠지? 라며 버티고 버텨왔다. 하지만 이번 겨울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만 같아 더위가 성큼 찾아온 여름이지만 카펫을 미리 구해보았다.

‘창고에 넣어 뒀다 때가 되면 준비된 한국인은 카펫을 꺼낸다.’ 사계절이 있는 한국은 그 계절에 맞는 아이템들이 창고에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작은 방이고 얼마나 살게 될지 모르는 집이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요즘 분명 필요한 아이템이라 생각했다. 카펫을 구하는 김에 여름에 맞춰 집안 어디서든 가볍고 편하게 쓸 수 있는 ‘러그’도 구해보기로 했다. ‘카펫과 러그’는 엄연히 그 기원과 쓰임이 다르다. 그렇지만 둘의 공통점이 있다면 가성비 좋은 홈 인테리어 3 탑 안에 든다는 점이다. ‘카펫&러그, 커튼, 스탠드’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집의 분위기를 확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원리는 단순하다. 시각적으로 넓은 면적이 변하기 때문에 크게 변했다고 느끼는 원리이다.

각설, ‘카펫’과 ‘러그’를 골라보자. 나는 ‘러그’보다는 ‘카펫’을 좀 더 좋아한다. 겨울, 여름 상관없이 깔고 살았던 어릴 적 우리 집에 대한 기억도 있지만, 건축적으로 기능을 할 수 있는 카펫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여하튼 카펫은 뭘까? 유목민이 쓰며 페르시아에서 사랑을 받아 지금의 카펫이 된 이것은 과연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어릴 적 기억이 겹쳐 화려한 수가 들어간 카펫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것보단 지금의 내 취향에 맞춰 본다. 마룻바닥의 딱딱함을 덜어주고 냉기를 막아주는 기능에 충실하되 동시에 현 대적인 느낌의 짜임이면 좋겠다. 유목민들과 페르시아인들은 과거 건축양식에 모랫바닥과 벽돌 바닥이었으니 흔한 그 적색 계열이 잘 어울렸겠지? 하지만 나는 보일러가 깔린 마룻바닥에 사는 전형적인 현대 주거의 수혜자이다. 그러니 현대적 감상에 맞춰 아름다운 드로잉이 들었거나 혹은 굵은 짜임의 패턴이 단순하고 명료했으면 했다.
스크롤을 내리며 하트를 눌러 더욱 눈에 띄는 카펫을 발견했다. ‘메종드룸룸’의 ‘샤인 사이잘록 카페트’이다. 굵은 짜임의 그 패턴이 맘에 들었다. 두께와 소재도 내가 원하던 기능에 딱 맞아 보인다. 해가 지는 시간에 바닥에 깔아 둔 카펫 위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내가 떠올랐다. ‘오 괜찮은 그림이잖아?’ 어릴 때부터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내 취향에 들어왔다면 망설임은 없다.
이번에는 대리석을 빼닮은 패턴의 두꺼운 카펫이 눈에 들어온다. ‘모르홈’의 ‘마블러그’다. 카펫이라 함은 역시 바닥에 까는 만큼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원룸에서는 사이즈가 민감할 수밖에 없다. 카펫을 준비하시는 분들을 어떻게 알았는지 침대와 책상을 두고도 딱 남는 공간의 사이즈를 준비해뒀다. 대충해도 딱 맞아 들어가는 사이즈와 비싼 건축재료 대리석을 닮은 이 카펫도 합격이다.
이렇게 큰 바닥을 마무리 짓고 나니 어딘가 허전해 보일 것 같은 주방 복도가 생각났다. 미니멀리스트가 되지 못할 바에야 역시 반대의 정점인 ‘맥시멀리스트’가 되는 게 인지상정. 이번에도 기능을 만족하되 그림 같은 주방 발 매트를 골라본다. ‘구조미, 재료미’를 했으니 이번엔 순수한 ‘회화미’를 담은 매트를 찾아본다. 조금 안 내렸더니 금방 원하던 느낌의 매트가 나온다. ‘마틸라’의 ‘자가드 프리미엄 주방 매트’이다. 적당히 기하학적이고 색과 선의 조화가 맘에 드는 추상미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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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당장 코앞에 다가온 여름을 대비한 아이템으로 골라보자. 매일같이 틀어대는 에어컨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 잠깐 어디를 다녀오면 금방 쌓이는 침대 위의 먼지들을 막을 화려한 대형 러그가 필요했다. 병마가 끝나고 한강에 돗자리를 깔아도 되는 시절이 오거든 은박 일회용 돗자리 말고 나는 아름드리 수가 속속 들어간 러그를 들고 피크닉을 가리. 이렇게 보면 나는 완전한 실용주의자처럼 보이지만 나름 취향을 엄청나게 반영하는 편이다.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번에도 작은 화면 속 러그들을 추려본다. 아직은 카펫’과 ‘러그’가 따로 분류되어 유통되지는 않는다. 엄연히 그 용도가 다른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요즘에는 ‘카펫’과 ‘러그’를 혼용해서 쓰는 듯하다.
얼마 내리지 않아 내가 꿈꾸던 장면을 담은 러그가 나온다. ‘리에즈’의 ‘아멜리 플라워 카페트’, ‘메이퀸 엔틱 카페트’이다. 이번엔 어릴 적 내 기억 속에 깊게 남아있는 그 흔한 꽃무늬 수가 놓인 대형 러그이다. 더군다나 잔디에 깔아 뒀다. “이거야!”하고 소리쳤다. 충분히 침대를 가리거나 책상 위의 분위기를 바꿀 때 쓴 만큼 널찍한 크기에 얇고 하늘 거리는 두께로 딱 들고 다니기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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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두려울 게 없다. 도착한 물건들을 하나둘 꺼내 상상했던 그 취향대로 방을 덮어본다. 작은 방이지만 분위기가 확확 바뀌는 것이 맘에 든다. 집을 바꾸지 않았지만 집을 바꾼 것 같은 이 기분. 그리고 내 취향이 오늘도 방을 덮었다는 것에 뿌듯한 날로 기억하리.
다음번엔 무엇을 바꿔야 하나? 방을 내 입맛에 맞춰 바꿔내는 것만큼 이 시대에 필요한 일이 있을까? 이 시대의 또 다른 ‘놀이문화’이지 않을까? 뿌듯함과 의문이 가득한 하루이다.
Architechu
공간 큐레이터 <좋은 공간을 널리 이롭게> 인스타그램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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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간과 시간으로 구성된 세상에 살고있습니다. 시간을 다룰 순 없지만 우리는 공간을 다룰 수 있습니다.
‘삶을 담는 상자, 공간’을 이야기해오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사물을 담는 상자, 공간’의 이야기 들려 드릴게요.
물론 우리네 삶에 비추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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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Manager  Song Ji Hoon
Project Director  Ha Tae Hee
Designer  Jang Hong Ye
Design Lead  Ryu Ji 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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