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시아 유목민들은 천막을 치고 살았다. 천막의 바닥은 사막 모래 위 잡석을 깔고 그 위에는 ‘카펫’을 깔았다. 양모로 만든 이 카펫은 두껍고 따듯하다. 그들은 아마도 일교차가 60도가 넘는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카펫이 꼭 필요했을 것이다. 하루 일교차가 크지 않다고 카펫이 필요 없을까?
년으로 봤을 땐 한국의 연교차는 40도가 훌쩍 넘는다. 그 와중에 병마가 아직도 기승을 부려 쉬이 밖에 나가지 못하는 요즘이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져만 간다. 지나온 병마의 겨울은 보일러 값이 만만찮게 나왔던 기억이 난다. 매일같이 집에서 박혀 가만히 있으니 몸이 추워 종일 보일러를 켜 두곤 했다. 그래도 종일 켜 둘 수 없으니 동트는 새벽에 맞춰 꺼두긴 했는데, 역시나 한국의 겨울은 무시하면 안 된다. 1~2시간 사이 아침 해에 눈을 뜨면 그사이 찬 공기가 방을 가득 메운다. 그래도 하루를 시작해야지 하며 딛는 발은 얼음장 같은 바닥에 정신이 번쩍 들곤 했다. 작은 방이라 카펫은 필요 없겠지? 라며 버티고 버텨왔다. 하지만 이번 겨울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만 같아 더위가 성큼 찾아온 여름이지만 카펫을 미리 구해보았다.
‘창고에 넣어 뒀다 때가 되면 준비된 한국인은 카펫을 꺼낸다.’ 사계절이 있는 한국은 그 계절에 맞는 아이템들이 창고에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작은 방이고 얼마나 살게 될지 모르는 집이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요즘 분명 필요한 아이템이라 생각했다. 카펫을 구하는 김에 여름에 맞춰 집안 어디서든 가볍고 편하게 쓸 수 있는 ‘러그’도 구해보기로 했다. ‘카펫과 러그’는 엄연히 그 기원과 쓰임이 다르다. 그렇지만 둘의 공통점이 있다면 가성비 좋은 홈 인테리어 3 탑 안에 든다는 점이다. ‘카펫&러그, 커튼, 스탠드’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집의 분위기를 확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원리는 단순하다. 시각적으로 넓은 면적이 변하기 때문에 크게 변했다고 느끼는 원리이다.
각설, ‘카펫’과 ‘러그’를 골라보자. 나는 ‘러그’보다는 ‘카펫’을 좀 더 좋아한다. 겨울, 여름 상관없이 깔고 살았던 어릴 적 우리 집에 대한 기억도 있지만, 건축적으로 기능을 할 수 있는 카펫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여하튼 카펫은 뭘까? 유목민이 쓰며 페르시아에서 사랑을 받아 지금의 카펫이 된 이것은 과연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어릴 적 기억이 겹쳐 화려한 수가 들어간 카펫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것보단 지금의 내 취향에 맞춰 본다. 마룻바닥의 딱딱함을 덜어주고 냉기를 막아주는 기능에 충실하되 동시에 현 대적인 느낌의 짜임이면 좋겠다. 유목민들과 페르시아인들은 과거 건축양식에 모랫바닥과 벽돌 바닥이었으니 흔한 그 적색 계열이 잘 어울렸겠지? 하지만 나는 보일러가 깔린 마룻바닥에 사는 전형적인 현대 주거의 수혜자이다. 그러니 현대적 감상에 맞춰 아름다운 드로잉이 들었거나 혹은 굵은 짜임의 패턴이 단순하고 명료했으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