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더 깊이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이 머무는 진정한 취향이 묻어 있는 공간에 가보세요.
29홈터뷰는 공간과 사람,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Founder | @innometsa
경기도 성남시
수많은 선택과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집은 우리 삶의 작은 축약본과도 같아요. 이노메싸 마재철 대표의 남다른 취향과 세심한 선택의 궤적을 따라 만들어진 공간과 물건들을 홈터뷰에서 소개합니다.
노출 콘크리트 내벽과 어우러지는 가구들이 돋보이는 거실입니다. 창문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햇빛과 다양한 조명의 빛이 공간을 풍성하게 채웁니다.
안녕하세요. 북유럽 디자인을 시작으로 다양한 리빙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하고 있는 이노메싸의 대표 마재철입니다.
Q. 천장 조명이 없는 것이 눈에 띄어요. 다양한 간접 조명들을 배치해 생활하고 있으신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 집은 건축 때부터 천장 조명을 위한 배선 작업이 아예 배제되었어요. 벽 조명, 테이블 조명, 플로어 스탠드 조명 등 다양한 빛이 어우러지면 더 풍성하게 공간 연출을 할 수 있다는 건축가의 의견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환경이 낯설었지만 지금은 가족 모두 만족스럽게 지내고 있어요. 필요에 맞게 조명을 직접 이동하고 사용하다 보면 빛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거든요.
Q. 집이 하나의 쇼룸 같다는 인상이 들었어요. 다양한 가구들을 유기적으로 배치하고 채우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을까요?
스위스 건축가 스토커리 아키텍츠(Stocker Lee Architects)의 설계로 지어진 이 집은 완공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그만큼 애착이 가는 공간이고 저만의 방식으로 이 집을 채우고 있습니다. 기준은 오로지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써보고 싶었던 물건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배치해요. 직접 사용하면서 집에 계속 두고 싶은지 혹은 빼고 싶은지를 생각합니다. 집의 내벽이나 기존에 놓인 가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지를 판단하는 거죠.
거실과 주방 가운데 놓인 넓은 테이블에서는 다정한 대화와 영감이 넘치는 작업들이 이뤄집니다. 올블랙의 모듈 가구와 주방 제품들이 한데 어우러져, 정갈하고 세련된 공간을 구성합니다.
Q. 거실과 주방 사이에 경계가 없는 대신 8인용 식탁이 공간을 가로지르고 있어요. 이곳에선 주로 어떤 시간을 보내시나요?
저희는 단순히 식탁으로만 사용되는 테이블을 원하지 않았어요. 키친 테이블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워크데스크로서의 기능까지 모두 해내는 테이블을 원했습니다. 이곳은 매일 가족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곳이자 손님들과의 즐거운 대화를 위한 공간이면서 동시에 가족들의 일과 취미를 위한 영감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Q. 올블랙의 모듈 가구가 돋보여요. 주방 제품들은 공간과 마치 한 벌처럼 어우러져 보이고요.
모듈 가구는 덴마크 브랜드 빕(VIPP)의 제품입니다. 블랙은 빕의 시그니처 색상인데 저희 집의 노출 콘크리트와도 가장 잘 어울리는 색상이라고 생각해요. 이 모듈 가구와 잘 어울리는 제품들로 주방을 채우고 있습니다. 테이블웨어와 주방 제품은 실용성이 중요하지만 디자인도 못지않은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훌륭한 오브제 역할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죠.
수많은 클래식 음반들과 소품들로 채워진 라운지는 마재철 대표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가족들에게 쉼과 사색을 선사하는 선물 같은 곳입니다.
Q. 라운지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이곳에서는 어떤 시간을 보내시나요?
라운지는 쉼과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저만의 동굴이라고 해야 할까요? 퇴근 후 와인과 함께 음악을 듣기도 하고 때론 사색에 잠기기도 합니다. 가족들이 각자의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라 애착이 가는 공간이에요.
Q. 다양한 음악 셀렉션이 눈에 띄어요. 이 많은 음반은 어떻게 모으게 되셨나요?
사실 선반을 빼곡히 채운 음반들 모두 클래식 장르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서 하나 둘 모으다 보니 저조차도 놀랄 정도의 컬렉션을 만들게 되었어요.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온전히 몰두하는데, 이런 수집가적인 성향이 여기서도 드러나네요.
반 층씩 분리되어 자녀와 따로 또 같이 지내는 듯 구분되어 있는 침실과 화장실입니다. 정갈한 공간은 아늑한 휴식을 선사합니다.
Q. 가족 구성원 각자의 프라이빗 공간과 공용 공간이 반 층 씩 떨어져 있어요. 이런 구조의 집에서 지낼 때의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스킵 플로어(skipfloor) 형태의 집은 함께 살 때와 따로 살 때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갈 수 있어요. 개인 공간이 공용 공간과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각자의 층에선 오롯이 각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집의 정의가 일정 부분 바뀌고 있죠. 저 역시 새로운 사업에 대한 구상을 집에서 하기도 합니다. 여유를 가지며 쉴 수 있는 공간이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말하자면 영감을 주는 공간이 저희 집이길 바라요.
수많은 시간과 선택이 쌓여 만들어진 이 집은, 한 마디로 ‘내 삶의 궤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